브랜딩은 더 이상 '시간과 돈의 게임'이 아니다

구조가 속도를 결정하는 시대 | Advocate Economy & The Let Them "Talk" Theory

브랜딩은 더 이상 '시간과 돈의 게임'이 아니다

각각의 마크를 보는 순간 당신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무것도 없기는 어려울 거다. 뭐라도 떠오르는 사람들의 첫 번째는 아마 이름 혹은 제품의 모양새일 것이다. 연상 작용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어떤 형태의 이미지와 감정일 것이다. 여기까지 잘 도달했다면 브랜드는 쾌재를 부를 것이다. 한 명의 잠재고객과 개인에게 브랜드 존재를 알리고 각인시키기까지 수십 년에 걸쳐 수십억 달러가 들었으니 말이다.

Nike가 "Just Do It" 문구를 실행과 동기부여의 상징으로 각인시키고 기업의 운영 체제로 구축하기까지–1988년 런칭 시점부터 시장 점유율 정점을 찍은 1998년까지의–약 10년이라는 시간과 약 3억 달러(현재 가치 약 8억 달러 이상)라는 비용이 들었다.

Apple에겐 Nike 보다도 시간이 없었다. 단기간에 "Think Different" 라는 문구를 각인시키는데 1997년 런칭 당시 약 1억 달러(현재 가치 약 1억 9,000만 달러)를 들였다. 당시 1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파산 90일 전이었던 회사 상황에 비하면 엄청난 도박에 가까운 투자 규모였다. 그리고 캠페인 시작 12개월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 3년 만에 주가는 3배 이상 상승했고, 5년간 지속된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도약했다.

브랜드 철학의 확산은 기업의 존폐 문제와 직결된다. 그리고 브랜드의 한 마디를 확산시키는 일은 언제나 시간과 돈의 게임이었다.

그렇다면 브랜드가 영속하려면 앞으로도 이렇게 시간과 돈의 게임에 매달려야 하는가?

아니, 직장인의 70-80%가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시대, 나아가 기업의 업무 방식과 조직구조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시대에 마주한 변화들이 있다.

그 변화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준 회사가 있다.

광고비 0원으로 30조 원 가치의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

마케팅 팀원이 단 한 명뿐이었던 회사가 대중 광고 없이 OpenAI를 추월하고, 앱 스토어 1위를 차지했다.

"No company in American history has ever grown like Anthropic."[3]
  • 2026년 1분기, 앱 일간 활성 사용자(DAU)가 연초 대비 183% 증가하고, AI 앱 최초로 App Store 1위를 찍었다.[1] [2]
  • 그로스 마케팅 팀이 10개월간 1인이었던 시기에, 대중 광고 0원인 상태로 연간 매출이 수십억 달러로 성장했다.[4]
  • [5] 2026년 4월, $30B을 돌파하며 OpenAI를 추월했다.[6] Claude Code는 공개 6개월 만에 run-rate $1B을 달성–"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B2B 기업(the fastest-scaling B2B company in the history of software)"이라는 평가를 받았다.[7]

역사상 어떤 기업도 가보지 못한 이 미친듯한 성장의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단순히 '기술이 좋아서'라는 답변은 반쪽짜리다. 그 이면에는 AI-native 제품 특유의 확산 구조, ‘Advocate Economy’가 숨어 있다.

Advocate Economy

고객이 스스로 Advocate이 되는 현장

지난 1분기, Delta Society가 주최한 AI Native Camp를 통해 새로운 집단이 형성되는 과정을 관찰했다. 참여자들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모여들었고, 언뜻 보면 접점 없는 사람들의 집단으로 보였지만, 깊이 다가갈수록 진보적인 형태의 공통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캠프를 통해 도구를 얻게 된 사람들은 미친 듯이 자기 경험을 퍼뜨리기 시작했고, 나아가 '나는 Claude Code를 쓰는 사람'이라는 사실상 personal branding에 가까운 글을 링크드인에 올리기 시작했다.

Anthropic은 Community Ambassador 프로그램과 소수의 유료 크리에이터 파트너십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대규모 매스 캠페인 없이도 수많은 사람들이 대가 없이 '나의 브랜딩'을 위해 '클로드코드로 일잘하는 법'을 퍼다 날랐고, 보이지 않는 전파력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주변에서 AX를 시도하는 회사가 눈에 띄게 늘었고, 클로드코드 맥스를 쓰던 사람들이 한 달 만에 하네스를 깎는 데 여념이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기술 해방"과 "Compounder" — Delta Society가 캠프에서 주창한 핵심 아이디어들은 그들의 커리큘럼을 담은 /plugin과 /skill 안에 담겨 있었고, 캠프를 통해 배포된 그들의 아이디어는 클로드코드를 찬양하는 사람들과 그들로부터 영향받은 사람들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일종의 슬로건이 되었다.

지금은 그들이 만든 리더보드가 캠프 참여자들과 AX 중인 회사들을 중심으로 퍼져 500여 명이 매일같이 순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서로의 작업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리더보드 API를 가져다가 사내 리더보드로 쓰는 회사들도 생겼다.

AI Native Camp — Claude Code를 배우고, 실력을 증명하세요
비개발자를 위한 Claude Code 입문 코스와 리더보드. 배우고, 쓰고, 레벨업하세요.

지금도 캠프 참여 가능하니 혹시 필요하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

Anthropic도 Delta Society도 일련의 과정 속에서 전통적인 대중 광고를 한 적이 없다. 그들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고객들은 스스로 advocate가 되어 있었다—organically.

  • Anthropic은 제품 성격 설계(Amanda Askell의 Character 팀)와 비주얼 아이덴티티(Geist 스튜디오 2.5년 파트너십)에는 투자했지만, 2025년 9월 'Keep Thinking' 캠페인 전까지 대중 노출은 하지 않았다.

The Let Them “Talk” Theory

Not just 'Word of Mouth'

Seth Godin은 최근 팟캐스트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Successful brands are built with your customers talking about you, not you talking about you."

입소문(Word of mouth)은 강력한 마케팅이지만, 단순히 두쫀쿠버터떡봄동창억떡프링글스초코블럭으로 이어지는 유행에 그치는 현상이 아니다.

어떤 경험이 사람을 Advocate(일종의 전도사)로 만드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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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피엣과 고샬(Nahapiet & Ghoshal, 1998)의 사회자본 축적 3차원
  1. 기대를 넘어설 때 ("세상에 이런 게 있는 줄 몰랐는데 나만 알기 아깝다")
  2. 자기 정체성과 연결될 때 ("이걸 쓰는 내가 좋다", "이 그룹에 속한 내가 좋다" — 신뢰와 소속감)
  3. 남에게 말하면 사회적 자본이 될 때 ("이거 알아? 내가 먼저 찾았어" — 정보우위 )
  4. 경험의 결과물이 공유 가능한 형태로 존재할 때

사실 이는 고객이 자신의 사회자본을 기꺼이 브랜드에 투자하는 행위다. 처음 세 가지는 감정 영역에서의 사회자본 구조가 작동한다. 보통 그 역치가 충족될 때 입소문은 시작된다.

그러나 네 번째는 다른 문제다.

사회자본이 브랜드가 고객의 내면에 쌓아두는 '잠재적 자산'이라면, 이제는 이 자산을 어떻게 밖으로 끄집어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것은 감정의 영역이 아닌, 철저히 '구조'의 문제다.

"Marketing is about creating the conditions for other people to eagerly spread your idea."

결국 마케팅은 브랜드가 직접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자신의 사회자본을 기꺼이 사용하여 브랜드를 '발행'하게 만드는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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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ify Wrapped 2025

Spotify Wrapped를 사례로 들어보자. 매년 12월, 2억 명이 자기 음악 취향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다. 내 음악 취향의 정체성 표현이 되고, 공유하면 사회적 자본이 되며, 새로운 대화의 촉발까지 가능해진다. (Wrapped 2025, 출시 24시간 만에 2억 명 참여, MAU의 4분의 1 이상이 하루 만에 참여. 공유는 전년 대비 41% 증가.)

반면 Apple Music도 Replay라는 비슷한 기능을 만들었으나 기대만큼 퍼지지 않았다. 기능은 같았지만 공유 설계 차이가 핵심이었다. Wrapped는 "공유하고 싶게" 설계된 카드를 만들어주고, Replay는 그냥 리스트를 보여줬다.

같은 데이터라도 공유하고 싶은 욕구를 건드린 형태로 쥐어줬느냐의 차이다.

Sharable Social Capital

구조가 확산을 결정한다

단, 해당 사례의 한계는 브랜드가 직접 컨텐츠를 말아줬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넘어선 앞선 사례들을 통해 유추 가능한 사실은, AI-native 제품들은 이 구조를 의도적으로 설계하지 않아도 '제품의 사용' 자체가 브랜드 발행 효과를 얻게 됐다는 점이다.

  • Midjourney는 광고 없이 Discord 서버 1,900만 멤버를 모았다. 사용자가 생성한 이미지 자체가 "이게 뭔데?"라는 대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딱 한 가지, 이미지 생성을 Discord 공개 채널에서 하게 만들었다. 누군가 프롬프트를 치면 결과물이 실시간으로 보이게 된다. 결국 제품을 쓰는 행위 자체가 다른 사람의 피드에 등장하는 구조다.
  • Cloudflare VP가 올린 8살 딸이 Cursor로 앱을 만드는 영상이 270만 뷰를 찍었다.
  • Lovable의 무료 플랜으로 만든 프로젝트에는 "Made with Lovable" 배지가 자동으로 붙는다. 매일 10만 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생성되고, 각 프로젝트 URL이 마케팅 채널이 된다.
  • Notion의 공개 페이지 하단에는 "Built with Notion"이 자동 표시된다. 그런데 Notion의 진짜 엔진은 배지가 아니라 템플릿이었다. 월 150만 건 이상 다운로드. 누군가의 업무 시스템을 복사하는 행위가 곧 제품의 전파다.

이 회사들은 고객에게 공유해달라고 말한 적이 없다. 제품을 쓰면 결과물이 나오고, 그 결과물이 세상에 존재하는 순간 그들의 브랜드가 이미 퍼지게 된다. 이미지, 코드, 웹사이트, 템플릿 – 전부 공유 가능한 형태로 태어난다.

성공적인 브랜드는 고객이 만든다. 브랜드의 확산을 유도하지 않아도 고객이 자발적으로 전파하고 다닌다. 단, 경험한 사람이 대신 말하고 다닐 수 있는 형태 혹은 구조가 전제된다.

Printing Press to AI

인프라 혁명은 원리가 아닌 '속도'를 바꾼다

그저 좋은 서비스에 대한 입소문 효과가 아니었다. Talkative customers가 브랜드를 만든다는 Advocate의 원리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중요한 건 AI라는 인프라가 이 원리가 작동하는 ‘속도’를 극단적으로 바꿔버렸다는 사실이다.

1517년 마르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이 유럽 전역을 뒤흔든 것은 그의 주장이 전무후무해서가 아니었다. 130여 년 전 위클리프도 똑같은 주장을 했지만, 당시엔 '인쇄술'이라는 인프라가 없었다. 인쇄술이 종교를 바꾸지 않았듯, AI가 브랜딩의 본질을 바꾸지 않았다. 다만 확산을 폭발적으로 가속시킬 뿐이다.

전기가 공장의 벽을 허물어 대량 생산 혁명을 일으켰고, 인터넷이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0으로 만들어 핫메일(Hotmail) 신화를 썼듯, 지금 AI는 고객의 사회자본이 화폐처럼 유통되는 속도를 빛의 속도로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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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극도의 평지에서 살아남기

AI 시대의 브랜딩을 두고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AI가 모든 것을 바꾼다" 혹은 "본질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분명한 건, 현 시점 가장 강력한 브랜드는 Advocate 역할을 하는 고객이 만들고 있으며, 이를 가능하게 만든 구조적 조건이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앞으로의 브랜딩은 우리가 알던 기존의 것과 어떻게 달라지는가. 그 질문들을 하나씩 탐구해볼 생각이다.

시대의 흐름 위 브랜드의 영속성을 위하여.

여기, The Perpetual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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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좋은 것은 더 빨리 퍼지고, 나쁜 것은 더 빨리 드러나는 '극도의 평지'로 이전하고 있을지 모른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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